Markdown – 인사이더 또는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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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down’이라고 하면 왠지 비주류(요즘은 “아웃사이더”의 줄임인 “아싸”라고들 얘기하는) 같은 느낌이 든다.

Markdown은 Markup 언어 중 하나인데, up과 down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의 차이 때문인지 “이 이름을 만든 사람은 주류인 Markup 언어를 향해 무언가 풍자적인 방법으로 호소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Markdown을 만든 사람은 존 그루버(John Gruber)와 지금은 고인이 된 애론 스와르츠(Aaron Swartz)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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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론 스와르츠

애론 스와르츠는 14살 때 인터넷 웹사이트 정보를 자동 구독하는 서비스인 RSS(rich site summary) 초기 버전을 만들어 인터넷 정보소비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놨으며, 유명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을 창설한 바 있다. 스탠퍼드대에 입학했으나 1년 후 학업을 중단했으며, 하버드대의 에드먼드 사프라 윤리센터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법대 교수이자 활동가인 로런스 레식과 함께 인터넷 정보개방운동을 주도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애론 스와르츠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그의 짧은 생애와 죽음에 얽힌 이야기는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터라 특별히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왜 Markdown이어야 했나?” 하는 의문은 위의 발췌문에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리라 본다.

도큐먼트를 만드는 업에 종사하면서 이런 비주류에 가까운 개발자들과 어울릴 기회들이 몇 번인가 있었고, 그 때마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방법들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으며 채산성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Markdown도 그 중의 하나로, 최근까지만 해도 이 방법으로 도큐먼트를 만들고자 하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예쁘게 꾸미려고 해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다. 이미지를 삽입하는 방법도 일반적인 에디터에서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다. 단순한 문법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사투리가 너무 많다.

단순한 문법 때문에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 몇몇 개척자들은 독자적으로 문법을 확장시켰고, 그로 인해 통일성이 결여되어 집에서는 안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는 줄줄 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의 Markdown 문서에 내용을 추가해야 할 경우 눈이 급피곤해진다.

한마디로 문자 이외의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자신이 쓴 글이라도 남이 쓴 글처럼 느껴진다.

대량으로 개행 하거나 스페이스를 둬야 할 때 굉장히 귀찮다.

Markdown 문법에서는 2행 이상 개행 하려고 하면 반각 스페이스 2개를 넣는 것으로는 대응이 안되어 Br 태그 등을 일부러 넣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굉장히 혼란스럽고 라이팅의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은 강산도 변화시킨다고 하지 않았나.

마치 세상엔 영원한 주류도, 영원한 비주류도 없다는 듯이 Markdown은 음지의 식물처럼 꾸준히 그리고 참을성 있게 줄기를 뻗고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요즘 Markdown을 지원하는 웹플랫폼이나 에디터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위키 문법과 유사하면서도 훨씬 간단한 문법 등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중국의 대학에서는 테크니컬 라이팅을 위한 정식 학과에서 문서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익히는 문법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markdown이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특징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간단하고 배우기 쉬운 문법

문장의 구조를 명시할 수 있다.

Markdown 그 자체로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Markdown을 지원하는 라이팅 환경이나 에디터들이 발전하여 보다 쉽게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HTML이나 다른 매체로의 변환을 위한 parser의 개발이 진전되었다.

십 수년 전 일본에서 일할 무렵, 그 때만 해도 낯선 언어였던 XML을 출퇴근 시간 버스 안에서 눈을 반짝여가며 공부했었던 때가 새삼 떠오른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 장르에 빗대, 선형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RPG에서 오픈월드의 RPG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아무튼 그 당시 회사의 선배로부터 “그런걸 지금 왜 보느냐? 현장에서 쓰이지도 못할 것을”이라고 핀잔 섞인 한 마디를 들으면서도 나는 그 당시의 아웃사이더를 자청했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우리 회사에서는 모기업의 웹플랫폼 매뉴얼을 Markdown으로 개발하는 일을 수주하였고 다행스럽게도 이 분야를 잘 알고 있는 팀원과 잘 따라와준 라이터들 덕분에 무사히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칫 비주류로만 남았을 재능이 쓰여지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몇 년 전 그 팀원이 Markdown을 연구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나는 나에게 핀잔을 주던 그 선배와 같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아웃사이더로 남을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어떤 일이든 항상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이라고 말한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늘 예상치 못한 변수와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그 때마다 성장한다.

이번 과제도 몇 가지의 변수와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고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원고가 위키 형식이라 Markdown으로의 스타일 정의가 필요

다양한 종류의 위키 스타일을 제한된 수의 스타일만 가진 Markdown의 스타일로 재정의가 필요했음.

HTML 변환시 TOC 자동생성 불가

Gitbook은 목차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지 않음

이미지 경로 재구성

Markdown에 이미지를 직접 넣는 게 아니고 링크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보기를 하면서 작업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음.

이 것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이슈들이 존재했지만 그 때마다 그것들을 위한 툴들을 새로이 개발하고 문제인식에 대한 공유를 위해 수없이 소통했던 일선의 작업자들과 고객사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과 노고에 대한 예를 표한다.

“문명(文明)”이란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글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곳이 문명의 발상지이다. 우리의 일은 글과 그림을 지면 혹은 디지털 세상에 정확하고 알기 쉽게 그리고 아름답게 풀어놓는 것이기에,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되리라 본다. 그리고 그 일을 해 나가는 동안에는 도구가 될 방법들에 대해 늘 고민하며, 매 순간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오가게 될 것이다.

MarkUP이 아니라 MarkDown으로 이름 지었던 누군가가 바라던 세상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써 나가야 할 세상을 위해 부지런히 업다운과 인아웃을 살펴보며 일해야 하지 않을까.

앞서도 이야기 하였지만 영원한 “인싸”도 영원한 “아싸”도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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