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생성형 AI(Generative AI, 이하 GenAI)는 번역 산업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언어 서비스 업계에서는 “기존의 신경망 기계번역(NMT)은 곧 구식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글로벌 리서치 기관 CSA Research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원문: Is GenAI Going to Replace NMT?
저자: Arle Lommel (CSA Research)
한샘글로벌은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Gen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요약·정리하여, 국내 기업 및 업계 전문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생성형 AI와 NMT의 기술 구조 차이
GenAI와 NMT는 모두 딥러닝 기반 언어 모델이지만 입력–출력 처리 방식과 학습 구조에서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NMT (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존 기계번역): 문장을 하나씩 처리하며, 번역 예문들을 대량으로 학습해 언어 간 연결을 찾습니다. 주로 ‘입력–변환–출력’ 구조를 따르며, 문맥보다는 개별 문장 단위로 번역합니다.
GenAI (생성형 AI, 예: GPT-4, Claude, Gemini 등): 미리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둔 뒤, 사용자가 원하는 문장을 직접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번역은 단어 하나하나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의 전체 흐름과 말투에 맞게 영어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할까?”를 스스로 판단해서 만들어냅니다. 특히 문장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뒤 문맥까지 함께 고려해 더 자연스럽고 상황에 맞는 번역을 해냅니다.
GenAI의 강점: 기존 MT와는 다른 능력
생성형 AI와 NMT의 기술 구조 차이로 인해 GenAI는 번역 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 문맥 이해력이 뛰어나다
GenAI는 여러 문장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성별 대명사와 같이 문맥 의존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처리합니다. - 노이즈 내성
오탈자, 문법 오류, 16세기 철자 등 일반 MT가 어려워하는 문장도 비교적 잘 해석합니다. - 스타일 맞춤 번역 가능
프롬프트에 “10대용, 친근한 어조” 등의 지시를 주면, 그에 맞는 번역 결과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기존 MT는 이 부분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대체 기술이 아니다
- 언어쌍 편차가 심하다
생성형 AI는 주로 영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영어를 포함한 주요 언어쌍(예: 영어–독일어, 영어–프랑스어 등)에서는 높은 번역 품질을 보이는 반면, 학습 데이터가 부족한 희귀 언어에서는 비문이나 무의미한 번역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복잡한 문법 구조나 지역별 언어 변형(variant)이 많은 언어에서는 문법 오류, 의미 왜곡 등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다국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언어에 동일한 품질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한 제약이 됩니다. - 용어 통제(term enforcement)의 어려움
GenAI는 특정 단어를 반드시 번역에 포함시키는 기능이 약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매뉴얼에 항상 “SmartTouch”라고 번역해야 하는 용어가 있다면, 이를 자동으로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번역 결과를 일일이 수정하거나 도구를 따로 설정해야 하는데, 현재 번역 툴 구조와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 속도와 안정성 문제
GPT-4 등 대형 생성형 AI는 응답 속도가 느리고, 출력 시간도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장당 1초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수천 개 문장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CAT 툴이나 대용량 프로젝트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GenAI는 API 호출 오류나 서비스 지연 등 네트워크 의존성에 따른 불안정성이 존재합니다. 실시간 처리가 요구되는 번역 워크플로우에서는 이런 변수들이 작업 지연이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아직 상용 번역 생산에 도입하기엔 기술적 리스크가 큰 편입니다. - 연동 어려움
대부분의 번역 도구(TMS, TM 기반 CAT 툴 등)는 문장을 하나씩 처리하고, 이전 번역 데이터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반면 GenAI는 전체 문맥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번역을 생성하므로, 이런 문장 기반 시스템과 연동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TMS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문장을 호출하고 번역 메모리에 저장하는 구조는 GenAI의 문맥 처리 방식과 맞지 않아, 아키텍처 차원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 비용 구조의 지속 가능성 부족
GenAI는 품질은 좋지만 처리 비용이 높습니다. GPT-4의 경우 Google Translate보다 최대 8배 비쌉니다. 특히 수천 문장을 자동 번역해야 하는 경우, 이 차이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기존 NMT도 빠르게 진화 중
GenAI의 부상은 기존 기계번역(NMT) 기술에도 강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주요 MT 개발사들은 단순히 뒤처지지 않기 위한 대응을 넘어, GenAI의 일부 장점을 NMT 구조에 통합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 Microsoft, DeepL, Translated 등은 문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attention window(문장을 넘어 긴 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고, 문장 간 연결성을 개선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로써 기존 NMT도 장문의 문서나 대화체 번역에서 더 자연스럽고 일관된 결과를 생성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 Amazon은 NMT 품질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속어 필터링과 같은 콘텐츠 필터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 DeepL은 사용자가 문체(예: 격식체, 구어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번역 결과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사용자 맞춤형 번역’을 점차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NMT 기술이 단순히 GenAI에 밀려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자극을 통해 더 정교한 하이브리드 번역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지금은 ‘대체’가 아닌 ‘활용’의 시기
CSA Research는 GenAI가 기계번역을 당장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업무를 효율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여는 도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단, 정확성과 품질을 보장하려면 전문가의 검토와 통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샘글로벌은 앞으로도 GenAI와 같은 신기술이 언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고객사와 함께 실질적인 도입 방안을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