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SP 전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최근 CSA Research는 언어서비스 산업이 이제 ‘포스트 로컬라이제이션(Post-localization)’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단순한 번역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기업의 글로벌 콘텐츠 운영을 지원하는 ‘Global Content Services Provider (GCSP)’로의 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출처: Entering the Post‑Localization Era: A New Dawn for the Language Services Sector

하지만 이런 변화는 기술 도입만으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CSA 역시 생성형 AI를 새로운 기회로 강조했지만, GCSP 전환의 실질적인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 개발 역량입니다. 많은 언어서비스 기업이 이 부분에서 높은 진입 장벽을 실감하고 있지요.

한샘글로벌은 문서 개발–번역–관리–재활용까지 콘텐츠 전체 생애주기를 직접 운영해 온 경험을 기반으로, GCSP 전환의 실질적 기반을 어떻게 마련해갈 수 있을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콘텐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언어서비스 업계

지난 10여 년간 많은 LSP들이 고객 요청에 따라 콘텐츠 개발로의 확장을 시도해 왔습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로컬라이제이션 이전 단계인 문서 기획과 작성까지 포함한 서비스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시도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 콘텐츠 개발은 번역보다 훨씬 복잡하며, 요구되는 전문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 숙련된 기술문서 작성자가 부족하여 작문 인프라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 경영진 다수가 문서 개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전략적 투자나 내부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 그 결과, 콘텐츠 개발 조직이 일회성에 그치거나 장기적인 품질 개선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소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고객사들이 실제로 요청한 콘텐츠가 마케팅용이 아닌 설명서, 사용자 문서, 정책 문서 등 기능성 중심의 콘텐츠였다는 사실입니다. CSA가 GCSP 모델을 통해 제시한 전략적 콘텐츠 운영의 비전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LSP는 이러한 기능 중심 콘텐츠조차 직접 기획하고 작성해 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즉, 생성형 AI를 활용한 마케팅 콘텐츠 전략을 논의하기에 앞서, 정형화된 콘텐츠조차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콘텐츠에서 시작된 통합형 역량

한샘글로벌은 콘텐츠 개발을 모태로 성장해온 기업입니다. 기술문서, 제품 매뉴얼, 사용자 가이드, 정책 문서 등 기능 중심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기획·작성해 왔으며, 이후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까지 통합함으로써 콘텐츠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실행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반은 다음과 같이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 국제표준 및 산업별 규정에 기반한 문서 설계 및 개발 역량
  • 다국어 대응을 고려한 정보 구조화 및 전문 테크니컬 라이터 조직
  • 작성–번역–검수–출판–문서관리–재활용까지 연결된 콘텐츠 운영 시스템
  • 고정밀 기능성 콘텐츠의 다국어 출판 및 유지 관리 경험

기능성 콘텐츠 제작 경험은 자연스럽게 마케팅 콘텐츠 제작으로도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한샘글로벌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디자인 그룹은 세일즈 자료, 브랜드 콘텐츠, 소비자 교육 콘텐츠 등을 다국어로 기획·제작하며, 고객의 전환 목표와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CSA가 제시한 GCSP는 생성형 AI 기반 자동화와 콘텐츠 전략 연계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구조화하고 품질을 통제할 수 있는 작문 조직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한샘글로벌은 이미 전문가 집단의 콘텐츠 생산 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생성형 AI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용 가능한 기반이 됩니다. 기존 번역 중심의 LSP들이 새롭게 라이터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바로 이 점이, 한샘글로벌이 GCSP 전환의 복잡성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AI 시대의 콘텐츠 개발 도전

최근 생성형 AI의 부상으로 기능성 콘텐츠 제작 방식 또한 중대한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기반 콘텐츠 개발은 단순히 도구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설계와 생산 체계 전반을 재구성해야 가능한 변화입니다. 특히 기능 중심 문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AI가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정보의 흐름과 구조가 명확히 설계되어 있어야 하며
  • 콘텐츠는 표준화되고, 품질이 통제 가능한 상태로 제공되어야 하고
  • 이러한 기반 위에서만 AI가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샘글로벌은 기능성 콘텐츠의 전체 생애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작성–번역–검수–출판–재활용까지 모든 단계를 시스템 기반으로 연결하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콘텐츠의 경우에도 이 체계를 바탕으로 AI 기반 생성과 품질 관리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생성형 AI의 도입은 콘텐츠 제작 방식의 자동화 그 자체보다도, 디자인 기획과 콘텐츠 개발 프로세스 전반을 재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조직에게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맺음말: 실행 가능한 GCSP를 향해

언어서비스 산업의 미래가 GCSP라는 비전으로 정의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이 비전이 단지 마케팅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조직 차원에서 실질적인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 우리는 번역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설계 역량을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가?
  • 콘텐츠의 일관성과 재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화·표준화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 생성형 AI 도입 이전에, AI가 활용 가능한 데이터 구조와 품질 기준이 정립되어 있는가?

한샘글로벌은 콘텐츠와 번역 양쪽 모두에서 축적된 실행 경험을 바탕으로, CSA가 제시한 이상적인 GCSP 개념과는 다른 경로로, 기능성 콘텐츠 중심의 실현 가능한 GCSP 운영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우리는 문서의 구조화, 표준화, 다국어 관리, 그리고 AI 기반 재사용까지 콘텐츠 생애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이는 단지 기술이나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과 사고방식 전환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GCSP는 단순히 ‘콘텐츠도 하는 번역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중심 사고, 구조 중심 운영, 기술 중심 생산 체계로의 진화를 요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한샘글로벌이 실현해온 ‘문서 중심 GCSP’의 본질이며, 앞으로 언어서비스 산업이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