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문제였을까, 문서의 문제였을까
베트남 화장품 회수 명령이 제조사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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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의약품관리국이 한국산 화장품 10종에 대해 유통 중단과 회수, 폐기를 명령했습니다. 해당 제품을 유통한 현지 법인에는 약 1억 6천만 동의 과징금이 부과되었고, 6개월간 신규 화장품 등록 접수까지 중단되었습니다. 회수 대상에는 한국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일본 브랜드 제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위반의 성격입니다. 이번 제재의 대부분은 제품의 안전성이나 품질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고 서류와 실제 제품 정보의 불일치, 제품 정보 파일(PIF)의 미비, 그리고 승인받은 서류와 다른 내용의 광고. 요컨대 문서와 문서, 문서와 제품 사이의 어긋남이 회수 명령의 근거였습니다.

흩어져 있는 같은 정보, 서로 다른 내용

하나의 제품이 해외 시장에 나가기까지 만들어지는 문서를 떠올려 보면 이 문제의 구조가 보입니다. 규제 당국에 제출하는 신고 서류가 있고, 제품에 부착되는 라벨이 있고, 사용 설명서가 있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올라가는 상세 페이지와 광고가 있습니다. 성분, 효능, 사용법, 주의사항 같은 동일한 정보가 이 모든 문서에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문제는 이 문서들이 대개 서로 다른 시점에, 각기 다른 부서와 외주사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신고 서류는 인허가 담당자가, 라벨은 디자인팀이, 광고는 마케팅 대행사가 각자의 일정에 맞춰 작성합니다. 제품 사양이 중간에 한 번이라도 바뀌면, 그 변경이 모든 문서에 동일하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책임은 어디에도 명확히 배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규제 당국의 시각은 다릅니다. 당국은 이 문서들을 별개의 산출물이 아니라 하나의 정합성 단위로 봅니다. 이번 베트남 사례에서 광고 위반이 별도 제재 항목으로 적발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승인받은 신고 내용에서 벗어난 광고 문구는, 그 자체로 회수와 삭제 명령의 사유가 됩니다.

불일치의 비용은 문서 비용이 아니다

문서 간 불일치가 적발되었을 때 치르는 비용은 문서를 다시 만드는 비용이 아닙니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듯 전량 회수와 폐기, 과징금, 그리고 6개월의 등록 접수 중단이라는 형태로 돌아옵니다. 등록 접수 중단은 특히 뼈아픈 제재입니다. 기존 제품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준비 중이던 신제품의 시장 진입까지 반년 이상 지연시키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흔히 규제 강도가 낮은 시장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 시장에서조차 문서 정합성이 이 수준으로 집행되고 있다면, 미국 FDA나 유럽 MDR처럼 문서 심사가 제도의 중심에 있는 시장에서 같은 문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가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

이 문제를 특정 기업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닙니다. 여러 시장에 여러 제품을 동시에 내보내는 제조사라면 어디든 같은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이 유익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신고 서류, 라벨, 사용 설명서, 광고에 담기는 제품 정보는 하나의 소스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각 문서가 독립적으로 작성되는가. 제품 사양이 변경되면 그 변경이 모든 문서에 반영되었는지 누가, 어떤 절차로 확인하는가. 번역 과정에서 규제 문서와 마케팅 문서가 같은 기준으로 관리되는가.

이 질문들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아직 적발되지 않았을 뿐 불일치가 이미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서 정합성은 관리할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위반의 상당 부분이 예방 가능한 유형이라는 점입니다. 처방 자체를 속이는 문제는 문서 관리로 막을 수 없지만, 문서 간 정보 불일치는 다릅니다. 제품 정보를 단일 소스로 관리하고, 파생되는 모든 문서를 그 소스와 교차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유통 전에 걸러낼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한샘글로벌은 1990년부터 기술문서를 제작하고 다국어로 전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문서의 품질이 개별 문서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정보가 등장하는 모든 문서가 서로 일치할 때 비로소 문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이 됩니다. 파생 모델이 수십 종에 이르는 제품군의 매뉴얼에서 사양표와 안전 문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과, 신고 서류와 라벨과 광고의 정합성을 지키는 일은 구조적으로 같은 문제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면, 제품과 함께 나가는 문서들이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수 명령은 언제나 문서가 이미 시장에 나간 뒤에 도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번 베트남 화장품 회수의 주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제품의 안전성이나 품질 결함이 아니라 문서 문제였습니다. 신고 서류와 실제 제품 정보의 불일치, 제품 정보 파일(PIF) 미비, 승인받은 서류와 다른 내용의 광고가 회수와 폐기 명령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Q. 제품 정보 파일(PIF)이란 무엇인가요?

화장품의 성분, 안전성 평가, 제조 및 품질 정보를 담아 규제 당국의 요구에 따라 갖추어야 하는 문서입니다. 이 파일이 규정에 맞게 구비되지 않으면, 제품 자체에 결함이 없어도 유통 중단과 회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문서 불일치는 제조사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나요?

처방 자체를 다르게 신고하는 문제는 문서 관리로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고 서류, 라벨, 광고에 담기는 정보의 불일치는 다릅니다. 제품 정보를 단일 소스로 관리하고 파생 문서를 교차 검증하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유통 전에 상당 부분 걸러낼 수 있습니다.

Q. 규제 강도가 낮은 시장에서도 문서 정합성이 문제가 되나요?

그렇습니다. 이번 베트남 사례가 보여주듯,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진 시장에서도 문서 정합성은 회수 명령으로 이어질 만큼 엄격하게 집행됩니다. 미국 FDA나 유럽 MDR처럼 문서 심사가 제도의 중심에 있는 시장에서는 그 기준이 더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