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RA(Regulatory Affairs, 규제 업무/인허가)부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규제 적합성 검수”라는 표현에는 최소 세 가지 다른 일이 섞여 있습니다. 시장 진입 가능 여부의 판단, 시험과 인증의 취득, 확정된 규제 항목이 문서에 제대로 들어갔는지의 검증입니다.
앞의 두 가지는 담당 주체가 비교적 분명합니다. 혼란은 세 번째로 들어갈 때 생깁니다. 기술 문서에 반영되어야 할 규제를 다루기 시작하면 누가 무엇을 판정하는지가 흐려집니다.
그래서 규제 적합성 검수에 필요한 규제 자문과 시험인증기관, 기술문서 조직의 역할이 어디에서 나뉘는지 정리했습니다.
“규제 적합성 검수”에 섞여 있는 세 가지 질문
규제와 관련해 제조사가 답을 얻어야 하는 질문은 셋으로 나뉩니다. 필요한 전문성도, 수행 시점도, 책임의 성격도 서로 다릅니다.
| 질문 | 성격 | 답할 수 있는 주체 |
|---|---|---|
| 이 제품을 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가 | 법령 해석, 시판 전 절차, 승인 요건 | 현지 로펌, 규제 컨설팅 |
| 이 제품이 시험과 인증을 통과했는가 | 시험, 형식승인, 마크 사용 자격 | 시험인증기관 |
| 확정된 규제 항목이 문서에 제대로 들어갔는가 | 반영 방식 결정과 검증 | 기술문서 조직 (사내 또는 외주) |
“규제 적합성 검수”라는 표현은 대개 이 셋을 뭉뚱그린 것입니다. 그리고 실무에서 간혹 발생하는 혼동은 세 번째를 맡은 조직에게 첫 번째와 두 번째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매뉴얼에도 규제 사항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문서를 만드는 조직이 규제 자체를 판정해 줄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경우입니다.
먼저 짚어둘 것
이 글은 각 주체의 역할을 나누자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 질문 중 하나라도 답하는 주체가 비어 있으면 나머지 둘이 잘 돌아가도 출시는 막힙니다.
규제 자문만으로 문서가 완성되지 않는 이유
많은 제조사가 시장별로 현지 로펌이나 규제 컨설팅을 두고 규제 사항을 확인합니다. 필요한 일이고 대체할 수 없는 역할입니다. 다만 이 구조만으로 문서까지 커버하려 할 때 세 가지 한계가 생깁니다.
규제 자문이 다루는 범위
규제 자문의 역할은 특정 시장에서 판매 승인을 받기까지의 절차를 총괄하는 것입니다. 어떤 규정이 걸리고, 어떤 시험과 인증이 필요하고, 어떤 서류를 언제 어디에 제출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매뉴얼의 어느 페이지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쓸지는 이 범위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믹서기를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위험을 없애는 순서는 설계 변경이 먼저입니다. 칼날이 돌아가는 동안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인터록을 넣는 방식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남은 위험을 문서에 알려야 한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자문이 알려주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인터록을 어떤 구조로 만들라거나, 사용설명서 어느 페이지에 어떤 문장을 넣으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 일을 하는 계약이 아니고, 그렇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잔여 위험을 어느 위치에 어떤 표현으로 얼마만큼 쓸 것인지는 문서를 만드는 쪽이 정해야 합니다. 이 결정이 비어 있으면 규제는 확정되었는데 문서는 완성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시장별 개별 계약의 한계
A국가 출시 자문과 B국가 출시 자문은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답합니다. 한쪽은 조문을 인용하고, 다른 쪽은 관행을 설명합니다. 이 답변들이 같은 형식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규제 항목 기준표가 되지 못하고 개별 메일로 남습니다.
그 결과 시장이 늘어날수록 관리 부담이 선형으로 증가합니다. 공통으로 묶을 수 있는 항목이 분명히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반복 검증에 맞지 않는 비용 구조
문서는 개정됩니다. 모델이 추가되고 사양이 바뀌고 언어판이 늘어납니다. 그때마다 자문료가 발생하는 구조라면 실무자는 점점 묻지 않게 됩니다. 확실하지 않은 항목을 그냥 이전 버전대로 두는 선택이 쌓입니다.
확정된 규제를 문서에 어떻게 반영할지 누가 정하는가
규제 항목의 이름과 근거는 대개 위에서 내려옵니다. 그 항목이 문서 안에서 어떤 모습이 될지는 함께 오지 않습니다. 전달하는 쪽이 현재 문서에 어떤 내용이 어떤 구성으로 들어가 있는지 알지 못하니, 그 수준까지 지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정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첫째, 지역향별로 인증 문서를 실어야 한다는 요구가 왔을 때입니다. 인증서에서 규제 관련 항목만 뽑아 도표로 만들어 앞표지 뒤에 놓을 것인지, 뒷표지 앞에 DoC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인증서 전문을 실을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둘 다 요구를 충족하지만 문서의 성격과 분량, 개정 부담이 달라집니다.
둘째, 대상 사용자를 기술하라는 요구가 왔을 때입니다. 안전 정보 앞에 둘 것인지 제품 소개 안에 둘 것인지, 서술문으로 쓸 것인지 조건 목록으로 쓸 것인지, 자격과 교육 이수까지 명시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이 결정은 규제 지식만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다음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 앞뒤 본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가
- 사용자의 학습 순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가
- 문서 전체의 논리 구조에 들어맞는가
- 개정이 발생할 때 영향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지 않는가
규제 항목을 넣는 일과 문서를 설계하는 일이 여기서 만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을 매번 개별 작업자가 하면 같은 항목이 문서마다 다른 위치, 다른 형식, 다른 분량으로 들어갑니다.
결정된 내용은 규제 항목 기준표에 남깁니다. 그러면 이후 누가 그 작업을 맡아도 기준표에서 방향을 확인한 뒤 자기 작업에 넣으면 됩니다. 일관되게 관리되고, 개정 시점에 무엇을 다시 볼지도 분명해집니다.
아무도 지시하지 않는 일
규제 부서에서 넘어오는 것은 항목의 이름과 근거입니다. 문서팀이 받는 것도 그것입니다. 어느 위치에 어떤 형식으로 넣을지는 양쪽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외주로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청서에는 언어 수와 납기, 산출물 형식이 적히고 이 결정은 적히지 않습니다.
지시가 없다고 해서 그 일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하게 되고, 그 사람이 매번 다르면 결과도 매번 달라집니다
기술문서 조직이 할 수 없는 일
반대 방향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문서를 만드는 조직은 법적 판단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어떤 경고 문안이 법정 문안인지, 제품에 부착해야 할 라벨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며 어느 위치에 붙여야 하는지, 이 제품이 특정 마크를 붙일 자격을 갖췄는지 같은 판단은 규제와 인증의 전문 영역입니다. 문서 제작 조직이 이 판단을 대신하면 근거 없는 확신이 문서에 그대로 실립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처음부터 명시해야 합니다.
| 할 수 있는 것 | 할 수 없는 것 |
|---|---|
| 확정된 규제 항목이 문서에 반영되었는지 검증 | 규제 항목 자체가 무엇인지 법적으로 확정 |
| 규제 항목의 반영 위치와 형식을 결정하고 기록 | 법정 문안과 수치의 최종 승인 |
| 규제 항목을 시장과 제품별로 구조화하고 유지 | 인증 취득과 마크 사용 자격의 판정 |
| 번역이 규제 표현을 정확히 옮겼는지 확인 | 시판 전 승인 절차의 대행 |
| 판정할 수 없는 항목을 표시해 되돌림 | 법률 판단이 필요한 항목의 판단 |
규제 적합성 검수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세 주체를 순차적 게이트로 배치하면 각자의 강점이 살아납니다.
| 단계 | 주체 | 산출물 |
|---|---|---|
| 1. 규제 항목 확정 | 현지 로펌, 규제 컨설팅 | 시장별 적용 규제 항목과 근거. 이 단계에서 확정되면 이후 반복 자문이 불필요해집니다. |
| 2. 인증 취득 | 시험인증기관 | 시험 결과, 인증서, 마크 사용 자격. 문서에 실을 인증 정보의 원본이 됩니다. |
| 3. 반영 방식 결정 | 기술문서 조직 | 규제 항목 기준표. 어느 산출물의 어느 위치에 어떤 형식으로 넣을지를 정해 기록합니다. |
| 4. 반영과 검수 | 기술문서 조직 | 반영된 문서와 항목별 판정. 판정할 수 없는 항목은 표시해서 되돌립니다. |
이 구조에서 규제 자문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전 과정에 걸친 개별 조율에서 벗어나 규제 항목 확정에 투입되고, 반복 검증은 문서 공정 안에서 처리됩니다.
4단계에서 판정할 수 없는 항목이 나왔다면 대개 1단계 확정이 불완전했다는 뜻입니다. 언어별 법정 문구가 함께 오지 않았거나, 적용 조건이 경계에 걸린 채 내려온 경우입니다. 문서 조직이 이때 임의로 판단해서 넣으면 근거 없는 확신이 문서에 실리고, 그 사실은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습니다.
역할을 나누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 자문 비용의 성격이 바뀝니다. 개정할 때마다 발생하던 비용이 규제가 실제로 바뀔 때만 발생하는 비용으로 이동합니다.
- 시장별 담당자가 규제 조율에서 벗어납니다. 브랜드매니저나 사업 담당이 자문과 문서 제작 사이를 중개하는 일에서 벗어납니다. 이 역할은 원래 그들의 직무가 아닙니다.
- 규제 항목이 자산으로 축적됩니다. 다음 시장을 추가할 때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공통 항목은 그대로 승계되고 차이만 확인하면 됩니다.
- 책임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단계에서 무엇이 누락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사후 대응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규제 적합성 검수”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 안에 어떤 일이 들어가고 어떤 일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함께 적어 두시길 권합니다. 사내 업무 분장이든 외부 발주든 마찬가지입니다.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파트너를 제약하는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보증받고 무엇을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일입니다.
관련 기사 제품 매뉴얼에 들어가는 규제 정보, 누가 관리하고 있습니까 에서는 규제 관리 체계가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여섯 가지 요소로 다뤘습니다. 규제 항목 기준표를 아직 만들지 않았다면 그쪽을 먼저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